이 질문에 누군가는 «클로드가 낫다»고 하고 누군가는 «커서를 써 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같은 층의 물건이 아닙니다. 하나는 엔진 이야기고 하나는 차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대화가 계속 겉돕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모델은 엔진이고, 도구는 그 엔진을 얹은 차입니다. 같은 엔진으로 트럭도 만들고 승용차도 만듭니다. 엔진이 좋아도 짐을 실으려면 트럭이 필요하고, 트럭이 있어도 엔진이 낡으면 못 끕니다. 이 구분 하나만 해 두면 앞으로 AI 이야기를 들을 때 훨씬 덜 헷갈리십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더 헷갈립니다
모델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화면도 없고 버튼도 없습니다. 글자를 넣으면 글자가 나오는 덩어리일 뿐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만지는 것은 도구입니다. 여기에 화면이 있고, 대화가 저장되고, 팀과 나눌 수 있고, 파일을 올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돈을 내는 것도 이쪽입니다.
문제는 이름이 닮았다는 것입니다. ChatGPT는 도구고 그 안에 든 GPT가 모델입니다. 한 글자 차이라 같은 것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둘을 섞으면 «어느 게 더 좋냐»는 질문에 끝내 답이 안 나옵니다. 트럭과 엔진을 놓고 어느 게 더 좋냐고 묻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이 구분이 바로 값을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제까지 잘 되던 게 오늘 갑자기 이상하다»고 느낄 때입니다. 도구는 그대로인데 안에 얹은 모델이 조용히 바뀐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들은 값을 아끼려고 뒤에서 모델을 갈아 끼우기도 하고, 새 판이 나오면 자동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도구를 갈아치우기 전에 설정에서 모델부터 확인하십시오. 대부분의 도구가 고를 수 있게 열어 둡니다.
같은 모델인데 값이 다른 이유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같은 모델을 쓰는데 어디는 월 이만 원이고 어디는 쓴 만큼 낸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다를까요.
모델과 도구 사이에 층이 더 있기 때문입니다. 엔진을 만드는 회사가 있고, 그 엔진을 프로그램이 쓸 수 있게 구멍을 뚫어 파는 자리가 있고, 여러 회사 엔진을 한자리에 모아 파는 곳이 있고, 그걸 얹어 차를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가 «산다»고 할 때 어느 층을 사는지가 다릅니다.
| 사는 것 | 누가 사나 | 돈 내는 방식 |
|---|---|---|
| 모델 자체 | 직접 살 일은 거의 없습니다. 회사가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 — |
| 창구 | 프로그램에 붙이는 개발자. 우리 서비스 안에서 AI를 돌릴 때입니다 | 주고받은 조각 수만큼 |
| 중계 | 여러 회사 모델을 갈아 끼우며 쓰고 싶은 곳. 가입을 한 번만 하면 됩니다 | 조각 수만큼 + 중계 몫 |
| 완성된 도구 | 대부분의 사람. 화면을 열고 바로 쓰는 것 | 대개 달마다 정액 |
월 이만 원짜리 구독을 살 때 우리는 완성된 차를 삽니다. 안에서 어떤 엔진이 도는지는 회사가 정하고, 많이 쓰든 적게 쓰든 값은 같습니다. 반대로 개발자가 «조각당 얼마»를 낼 때는 엔진을 직접 삽니다. 쓴 만큼만 내니 적게 쓰면 훨씬 싸지만, 많이 쓰면 훨씬 비쌉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싸냐»는 질문에도 답이 하나가 아닙니다. 하루에 몇 번 쓰느냐로 갈립니다. 매일 몇 시간씩 붙어 있는 사람이라면 정액이 압도적으로 쌉니다. 한 달에 몇 번 쓸까 말까 한다면 쓴 만큼 내는 쪽이 훨씬 쌉니다. 이 계산은 004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우리가 만든 AI»라는 말을 만났을 때
층을 나눠 놓으면 광고를 읽는 눈도 달라집니다. 요즘 «우리 회사가 만든 AI»라고 소개하는 서비스가 많은데, 실제로 엔진을 만든 곳은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은 남의 엔진을 얹은 차입니다.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그게 맞는 선택입니다. 엔진을 직접 만드는 데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고, 그 돈을 쓸 이유가 없는 회사가 훨씬 많습니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도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고요.
다만 사는 쪽에서는 알고 사야 합니다. 남의 엔진을 얹었다면, 그 엔진 회사가 값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접으면 이 서비스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물어볼 것이 하나 생깁니다. «어느 모델을 쓰십니까, 그리고 바뀌면 알려 주십니까.» 제대로 된 곳은 이 질문에 바로 답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고 골라야 하나
층이 다르면 보는 것도 달라야 합니다. 모델을 고를 때와 도구를 고를 때 봐야 할 것이 완전히 다릅니다.
모델을 고를 때는 네 가지를 봅니다. 얼마나 똑똑한지, 값이 얼마인지, 얼마나 빠른지, 한 번에 얼마나 많이 읽는지. 이건 숫자로 비교가 되는 것들이라 표를 놓고 고르면 됩니다. 이 사이트의 도구 화면에 그 표가 있습니다.
도구를 고를 때는 숫자가 별로 쓸모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으십시오. 내가 하려는 일에 맞게 만들어졌는가. 손에 익는가. 팀이 같이 쓸 수 있는가. 내 자료를 어떻게 다루는가. 이건 써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래서 도구는 공짜로 며칠 써 보고 정하는 것이 유일하게 확실한 방법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도구는 «좋은 것»보다 «내 일에 맞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코딩용 도구는 아무리 잘 만들어졌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반대로 별 특징 없어 보이는 도구가 내 일에 딱 맞으면 그게 최고의 도구입니다. 남들이 좋다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면 대개 안 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다음에 누군가 «요즘 뭐가 제일 좋아요?»라고 물으면, 되물으십시오. «무엇을 하시려는 건데요.» 그 답이 나오면 고를 것은 대개 하나둘로 좁혀집니다. 좋은 것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맞는 것을 찾는 문제였던 겁니다.